나누고 싶은 이야기

“오늘은 나, 내일은 너”
2025-04-26 12:48:12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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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나는 스웨덴의 공동묘지 두 군데를 관광했다. 유명한 현대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광활하고 아름다운 묘지들이었다.

산자들의 지척에 죽음이 있음을 온전히 이해한 영혼이 깨인 건축가에 의해, 손 안 댄 듯이 손댄 거룩하되 따사로운 공간이었다.

고대에서부터 이루어져 온 하고많은 역사 유적들이 장엄하나 쓸쓸한 인간 한계를 확인시키는 것과는 달리,

내게 그 공동묘지는 죽음의 힘으로 마침내 공평무사해져서 평화를 되찾는 인간들의 거처로 비쳤다.

거기 한 구석 어디서 한나절 졸고 나면 심신이 두루 때를 벗어 신선이 될 듯도 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말을 건네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이 그 공동묘지였다는 말이다.

나는 그곳에서 죽은 자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죽은 자로부터 쓰디쓴 삶을 위로받았다 하겠다.

그 공동묘지 둘 중 하나에 있었지 싶다. 작디작은 채플이었다.

땅속에 묻히기 전에 다시 한번 이별하는 그 처소의 입구에 해독할 수 없는 짧은 스웨덴어 문장이 동판에 새겨져 붙어 있었다.

통역을 불러 물어보았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통역의 입에서 간단히 이 말이 떨어졌다.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사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그 통절한 메시지가 어두운 내 눈을 찔렀던 것이다.

 

이 글은 ⟪샘이 깊은 물⟫주간이었던 설호정씨가 쓴 <삶 그리고 마무리>라는 글의 한 부분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심장이 딱 멎는 듯했습니다.

맞아!’

우리는 대부분, 죽음을 잊고 삽니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나만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듯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죽은 이들의 저 소중한 침묵의 가르침,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말속에는 열심히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교훈의 의미가 더 큽니다.

나만 죽는 줄 아느냐 두고 보자, 너도 죽는다는 힐난의 의미보다는 언젠가는 누구나 다 죽기 때문에 항상 죽음을 잊지 말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매일매일의 삶에 충실할 때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하루를 충만히 사는 것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준비입니다.

죽음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사는 생은 가짜 보석과 같습니다.

 
 

- 정호승 님의⟪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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