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삼박자 축복처럼 듣기 좋지만, 현실을 왜곡하는 말은 결국 우리에게 상처를 남긴다.
아무리 큰 고통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진실을 알면 우리는 고통을 헤쳐나갈 수 있다.
⌜대지⌟의 저자로 잘 알려진 펄 벅에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이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자기 세계에 갇혀 대인 관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소리와 같은 자극에 민감해서 격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장애다.
펄 벅은 딸아이가 네 살이 될 무렵, 아이의 정신 발달이 멈추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그리고 의지적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는 딸아이를 데리고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찾아다니면서 미국 전역을 헤맸다. 하지만 딸아이는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의사도 펄 벅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어느 날 펄 벅이 병원 복도를 걷고 있는데, 한 의사가 그녀를 손짓해 자기 진료실로 불렀다.
그 의사는 진지한 눈초리로 펄 벅을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잔인한 진실을 전했다. 그녀의 딸은 절대로 정상이 될 수 없으며 한평생을 자폐아로 살 것이라는 말이었다.
펄 벅은 나중에 그 순간을 평생 감사해야 할 순간으로 고백한다. 펄 벅이 의사의 말을 즉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당신의 아이는 자폐아이며 한평생 자폐아로 살 것’이란 의사의 말을 떠올리면서 현실을 직시하려고 애썼다. 다음은 그녀가 십 년 동안 고난의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것이다.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고, 감내해야 하는 고통 속에 자기의 선물이 담겨있음을 알아야 한다. …
고통은 기쁨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내면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지혜로 변화될 수 있다.
딸의 장애를 인정한 펄 벅은 그 고통 속에서 ‘선물’을 발견한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어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통해서 ‘내면적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녀는 더 이상 한숨을 쉬거나 신음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위해서 도움이 되고자 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이십 세기 초반에 자폐와 관련된 계몽운동을 하고, 자폐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그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강의했다.
또 자폐 증상을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그 기관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실을 왜곡한 듣기 좋은 말은 결국 우리에게 상처를 남긴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그 고통을 헤쳐나갈 수 있다.
- 송봉모 님의⟪삶이 고통으로 휘청거릴 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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